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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 의심하는 제자 - 예수의 부활을 못 믿어 옆구리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는 제자 도마를 그린 카라바조의 1601~1602년작‘의심하는 도마’. 기독교 변증가 안환균 목사는“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끝없는 증오와 악행의 사슬을 단번에 끊은 대사건이며, 인간은 이를 믿거나 믿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있다”고 했다. |
‘신(神)이 선(善)하다면 왜 세상에는 악(惡)과 고난이 존재할까?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도 예수를 몰랐으니 지옥에 가나? 수많은 전쟁과 재난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도 다 신의 섭리인가….’
세상은 기독교에 묻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교회가 그에 답하려는 노력은 늘 부족했다. 서구에서는 ‘기독교 변증가’로 불리는 이들이 무신론자들과 공개 논쟁을 벌이며 활발히 활동한다. ‘기독교 변증’이란 ‘기독교가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신학적·철학적으로 변호하고 증명하는 것. “교회의 언어가 아닌 세상의 언어로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작업이다.
미국 풀러신학교를 나온 젊은 기독교 변증가 안환균(46) 목사가 변증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첫발을 디뎠다.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사역했고,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했던 그는 지난달 말 여의도에 ‘변증전도연구소’를 세웠다. 목회와신학 등 교계 잡지 기자와 출판사(규장) 편집자로 일하다 풀러신학교에서 ‘기독교 변증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이력도 독특하다.
8일 찾아간 연구소 서가에는 영성가 프랜시스 셰퍼, 복음주의자 존 스토트의 책과 함께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같은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의 책이 꽂혀 있었다. 그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성·감정·의지가 조화롭도록 창조된 존재”라고 강조했다.
“신앙의 지적 기반이 약하면 세상 어려움에 부딪히고 유혹당할 때 쉽게 타협합니다. 모두가 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전 인격적으로 복음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세상이 교회를 향해 하듯 공격적으로 질문했고, 젊은 변증가는 열정적으로 답했다.
―사랑의 종교라면서 왜 개신교는 세상에 배타적·공격적으로 비칠까?
“교리적으로는 어느 종교나 일정 부분 절대성·배타성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삶의 태도와 관계의 문제에서는 지혜와 절제가 필요하다. 성경은 ‘너희 속에 가진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베드로전서)고 말한다. ‘너희 속에 가진 소망에 관한 이유’란 곧 ‘변증’이며, 믿지 않는 사람도 나와 똑같이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에 온유함과 두려워하는 자세로 대하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추지 못하면 사찰에 들어가 땅 밟기하고 단군상 머리를 자르는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수밖에 구원의 길이 없다는 건 독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 기독교 신앙이 전파되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다 지옥에 가나?
“예수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복음)이라고 말할 때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이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태복음)고 언급한다. 왜 예수를 중심으로 주전(BC)과 주후(AD)가 나뉘나?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서 고통당하고 죽었다 부활한 사건이 인류사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끝없는 증오와 복수, 미움과 악행의 사슬이 그의 죽음을 통해 단번에 끊어졌다. 인간은 이 사실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의지를 가졌다. 또 사도 바울은 ‘(복음을) 알지 못하던 시대는 하나님이 간과하셨다’(사도행전)고 했다. 세종대왕은, 이순신 장군은, 착한 심청이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섭리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 여길 뿐이다.”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태어났다는 그 예수라는 청년이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어떻게 아나?
“예수의 역사적 실존에 대한 증거는 무수히 많다. 다 믿기 어렵다면, ‘위대한 인물의 실존 증거는 단 하나다. 그가 남긴 영향력’이라고 했던 칼 야스퍼스의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존했다는 것, 9·11 사태가 발생했다는 건 어떻게 아나. 그가 남긴 책, 9·11 보도의 권위와 인물·사건의 영향력에 대한 신뢰다. 권위와 영향력의 신뢰성 여부는 사실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실제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하지 못했다면, 왜 초대교회 교인들은 지하무덤에 숨고 사자 밥으로 던져지면서까지 믿음을 지켰을까. 오늘날 수많은 교회의 존재가 예수가 남긴 영향력이며, 성경의 진실성과 권위를 입증하는 반증이다.”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인간이 타락할 것을 알고 던져 놓은 미끼인가?
“하나님은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릴 주권과 함께 선악과를 따먹지 않고 순종할 수 있는 자유의지도 부여했다. 죄를 지었는데도 용서한다면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거다. 아담이 불순종의 죄를 지었는데도 ‘어, 괜찮아, 삼세번이니까 세 번까지 봐줄게’ 이래야 하는 걸까. 그런다면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거다. 따먹었는데도 그 결과로 아무런 고난이나 악이 세상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진정한 시험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신은 인간과 자유롭게 인격적으로 사랑하기 위해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이 타락할 것을 알았다 해도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만든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그냥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낫지. 하나님은 그 대신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와서 모욕당하고 십자가에서 고통스럽게 죽었고, 또 부활하며 인류에게 구원의 소망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길을 택했다. 인류에 대한 사랑을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증명하며 구원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이 방식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은가.”
―왜 아담의 원죄 때문에 나까지 죄인이 돼야 하는가?
“대표성의 문제다. 인류의 조상 아담 한 사람의 죄로 모든 인간이 고난을 받게 됐듯, 하나님인 동시에 사람의 아들인 예수의 죽음과 부활로 인류 전체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다. 아담이 있고 예수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자기 앞에 똑같은 선택의 순간이 주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를 남용해 죄와 멸망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저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명령을 따를 것인가의 선택이다.”
―신이 선하다면 왜 세상의 재난과 전쟁,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하는가?
“원죄 이후 세상은 가시와 엉겅퀴를 내는 땅으로 바뀌었다. 재난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일 수도,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인도 캘커타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있었기에 마더 테레사가 있었다는 것을 안다. 9·11의 아비규환이 있었기에 자기를 희생하며 남을 돌본 영웅적 구조대원들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그 속에 하나님이 어떤 섭리를 가졌는지 우리는 전부 알 수 없다. 신의 섭리는 인간의 앵글에서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이다.”
―홍해 바다에 빠져 죽은 애굽(이집트) 병사들은 개죽음인가?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는 태초부터 지옥에 떨어지도록 정해져 있었나?
“인류의 역사를 목적을 갖고 이끌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다. 그건 하나님의 소관이다. ‘그런 완악한 신이라면 나는 믿지 않겠다’고 포기하기 전에, 시각을 달리해 보자. 애굽의 평범한 병사들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희생된 이들이다. 이들의 희생은 구속사적 필요에 의해 준비됐고, 이들의 구원은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가룟 유다의 경우는 다르다. 유다 외에도 예수에 대적하려는 ‘누군가’는 많았을 것이다. 다만 그 ‘누군가’는 회개하고 악한 길에서 돌이켰지만, 유다는 끝까지 자유의지를 스승을 배반하는 데 사용하고 회개 없이 자살했다. 당신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인간을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존귀한 존재로 대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인간의 존엄을 끝까지 보장하는 방식이다.”
―더 선하고 윤리적이어야 할 목회자나 신자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사회의 지탄을 받는다.
“땅 위에 존재하는 교회 역시 인간의 연약함, 죄, 욕망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성장하고 다양한 사역을 감당할수록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사회의 지탄은 하나님의 경고일 수 있다. 올바른 변증은 복음을 전인적으로 이해하도록, 신앙과 삶을 균형 있게 통합하도록 도울 수 있다. 신앙은 지(知)·정(情)·의(意)가 조화로울 때 좀 더 완성에 다가갈 수 있다.”
안 목사는 최근 쉽게 풀어쓴 기독교 변증 책 ‘당신에게 가장 좋은 소식’(생명의 말씀사)을 펴냈다. 이 책에는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이동원(지구촌) 목사 등 복음주의권 지도자들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찬수(분당우리), 김승욱(할렐루야), 김형국(나들목), 이재훈(온누리) 목사 등 주목받는 차세대 목회자들이 대거 추천사를 썼다. 그만큼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안 목사는 연구소 홈페이지(www.goodnewstoyou.org)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매월 마지막 주일 서울 역삼동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변증 전도 모임’도 가질 계획이다. 미국 세이비어교회의 토기장이 카페처럼, 교회와 신앙에 대해 질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 서로를 향해 질문하고 답할 수 있다.
(02)784-0559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